내게 일어났던 일이라
고지이병(告知利病)- 병은 널리 알리는게 이롭다는 말이 있다. 이런 한자성어 있나?
없다면 내가 지금부터 사용하자 -차 이글을 쓴다.
때는 근로자에게 황금연휴라 생각되던 지난 5월의 초입인 5/2일 토요일이었다.
모처럼 연휴의 첫날인 전날에는 원준, 수현, 태형이와 함께 포천에서 운동했다.
웬만큼 스트레스도 날릴 만큼 친구들과 오랜만의 즐거운 시간이었다.
다음날 아침 여느 평일과 같이 일찍 눈이 떠진 집사람과 나는 짧은 대화를 나눈다.
그니 “산에 가자”
자기 “새벽부터?”
그니 “그럼 연습장..”
자기 “알았어~~ 아이고”
컨디션이 조금은 아닌 듯하였지만 ‘전날의 나홀로 시간’을 가져 미안한 마음이 없지 않았던 나는
일찍부터 운동채비하고 아이들 오전잠에서 깨어나기 전에 다녀올 요량으로 집사람과 함께 집을 나섰다.
그런데 대문밖을 나선 순간부터 요상하게 미미하게 땅이 움직이는 것이다.
정상인도 갑작스레 몸을 일으키거나 반전시킬 때 어지럼을 느끼지만
그날의 어지러움은 느낌이 예사롭지 않았다.
‘어제 밤에 뭘 좀 잘 못 먹어 그러나?’
‘요즘 신종바이러스의 증세에 어지럼이 포함되어 있나?
뭐 요 며칠새 외국과는 인연도 없었던 터이니, 그런 것은 아닐 것 같고...’
혼자말로 뇌까리기까지 하며,
결코 유쾌할 수 없는 가벼운 현기증을 계속 느끼면서 운동을 마무리했다.
집에 돌아와 칼국수로 점심식사를 하고는 피곤과 어지러움을 달래기 위해
소파에 눕는 순간부터 일은 벌어지고 말았다.
서 있는 것 보다 자리에 눕자 더욱 뱅글 뱅글 돈다. 자리를 옮겨 편한 침대위로 갔다.
그래도 차도가 없다. 세상에 이런 일이. 어찌 누었는데 어지럼이 더 심해지는 경우가 있더냔 말이다.
조금 더 편한 자세를 취하면 어쩔까 싶어 좌로 돌아누우니 땅이 움직이는 현상은 여전하다.
오른쪽은 좀 나으려나하고 돌아누우니 이젠 속이 울렁거리기까지 하면서 극도로 심각해 졌다.
결국 안방의 화장실 변기통을 부여잡고 위아래로 토사 서너 차례...
이 쯤 되니 어제 저녁차림의 식단을 필사적으로 떠올려 보았는데,
수사선상에 오른 뚜렷한 심증의 대상은 없었지만 급기야 비상책으로
양손을 따기에 이른다 (그 때까지 아직 정신이 있었는지, 최근 배운 소상(少商) 경혈에 침을 놓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분출되는 피는 검으리란 예상과는 달리 생혈이 비쳤고, 그 때까지도 고단해서 잠시 나타난 증세라고 대수롭지 않게 여기던 집사람이 이를 확인하고 응급실에 갈 것을 채근했다.
집사람 손을 붙잡고 따라나선 일산의 M병원 응급실.
평소 경계성 혈압과 고지혈 등 심혈관계가 취약한 편이라 사전에 연락을 취해놓았더니
마치, 뇌졸중, 심장발작 등과 관계되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당직 레지던트는 장황한 문진을 하는데,
당시 정신이 다소 혼미해진 내겐 매우 흡사해 보이는 질문을 연신해대고,
체온조절과 포도당 주사쯤으로 보이는 처치를 번갈아 가며 불난 호떡집처럼 부산하게 해댔다.
4시간 만에 만난 당직 전문의 왈
“굳이 증세에 대한 병명을 말하자면 양성발작성 두위현훈증이라고 합니다.
환자 가계의 병력 및 임상기록으로 보아 심혈관질환으로 의심되는 내용을 살펴보았지만,
크게 의심되지는 않고 현재로서는 그렇게 밖에 진단할 수 없습니다.
필요하다면 MRI 혹은 CT 촬영을 할 수는 있지만,
현 단계에서 이는 환자의 선택이라고 보여 집니다.”
뭐 세반고리관의 하나인 후반고리관에 작은 돌 하나가 들어가
전정기관의 평형기능 이상 현상이며, 불행히도 치료약은 없고 다시 발병할 수 있지만,
쉬는 것만이 상책이라는 부연설명이 따르자,
이를 듣자마자 부리나케 소지품 챙겨 수납후 응급실을 빠져 나왔다.
자정을 넘기고 집에 돌아 온 나는 지쳐 쓰러져 이내 곧 수면을 취한 것 같다.
다음날 증세는 완전히 회복되지는 않았지만 크게 호전되고 하루를 지켜보았더니
저녁시간에 한결 수월해졌다.
다음날 월요일엔 멀쩡한 모습으로 아침을 맞이하여
출근, 지금까지 잘 버티고 있다.
사람이 오래 살다보면 내 방면에 도가 트일 터이니,
道 닦는 스님처럼 사리 하나 생긴 거겠거니 하고 자위해 보기도 한다만... ㅋㅋ
그래도 시간내어 정밀조사를 받으라는 주위의 권유를 들으면서
안 그래도 고민 중이다.
친구들 건강 조심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