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4월이다.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꽃샘 추위로 외투 깃을 올려야 했는데
오늘은 양복 상의를 팔에 걸고 다니는 사람들도 보인다. 봄이 오긴 온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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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내가 세상에 나온 지 정확히 50년이 되는 쉰 한살 생일이었다. 새삼스러울
것도 없지만 출근 길에 가만히 생각해 보니 나는 이번에 아주 소중한 세가지 생일
선물을 받았고, 자칫 그 선물들을 소홀히 할 수도 있을 것 같아 기록으로 남겨놓고
싶어졌다.
첫번째는 사내 최우수 지점장으로 선발된 일이다.
120명이 넘는 지점장 중 10% 정도 인원에게 주는 상을 자랑처럼 떠드는 것 같아 쑥스
럽기도 하지만 내게는 의미가 좀 있는 상이다.
2004년 일산 지점에 있을 당시 합병의 이유도 있었지만 적자를 면치 못했던 상태인지라
결국 폐쇄 합병되었고 지점장이었던 나는 면 지점장으로 한 단계 내려 앉았다.
그로부터 6년이 지나 다시 지점장으로 나갔고 그 후로 1년 만에 상을 받게 된 것이다.
내용적으로는 별 것 아니지만 회사와 나의 관계에서 볼 때 바람직한 진일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두번째는 금연, 내가 나에게 주는 선물이다.
엊그제 술도 덜 깬 상태에서 출근을 하던 길이었다. 주차타워에 차를 세우고 내리면서
보니 주머니 속에서 반쯤 남은 담배갑이 3개나 나왔다. 라이터도 몇 개 있었는데 아마도
술자리 끝 무렵에 챙겨 놓은 것 같았다. 순간적으로 담배를 끊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몇차례 시도한 적이 있지만 이렇게 자발적으로 결심을 해 본 적은 없었다. 담배와
라이터를 고스란히 쓰레기 통으로 밀어 넣었고 오늘까지 사흘 째 금연중이다. 이번에는
성공할 수 있을 것 같은 예감이다.
세번째 선물은 오늘 아침에 받았다.
새벽에 일어나 뉴스를 보려다 핸펀을 보니 문자가 와 있었다. _?xml_:namespace prefix = st1 ns = "urn:schemas-microsoft-com:office:smarttags" />자정을 넘은 시각에 큰 녀석
이 기숙사에서 보낸 것이었는데 생일 축하하는 것과 아빠를 사랑하고 자랑스럽게 생각한
다는 것, 그리고 공부 열심히 하고 있다는 내용의 어찌 보면 특별할 것도 하나 없는 평범한
메시지였다.
그러나 느낌은 달랐다. 그간 전학 문제로 골치가 아프던 참이었는데 이젠 아들을 믿어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간 스스로 할 수 있는 녀석을 너무 믿지 못했다는 생각에 미안한
느낌마저 들었다. 작은 소통의 감동과 뭔가 큰 짐에서 해방된 것 같은 홀가분함이 나를 들뜨게
만든 아침이었다.
세가지 선물, 회사와 가정 그리고 나 자신에게 받은 선물들이 삶의 지난 50년을 마감하고
새롭게 출발하는 시점에서 큰 의미가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비록 생각하기에 따라 별 것
아닐 수도, 누구 말대로 지나친 감수성으로 오버하는 것일 지도 모르겠지만 나른한 봄날,
어쨌든 기분 좋은 출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