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학년이 되면서, 내겐 뭐 그리 특별할 것도 없는 연초였지만
많은 친구들이 이 사이트를 통해 올리는 신년입지와 객담들이 예사롭지 않았었다.
기실 나도 올해엔 일복이 터질 듯한 동물적 예감이 있긴 하였는데
적중하여 내가 다니는 연구소에서 2개의 특별한 연구과제와 1개의 특별기획업무를
맡게 되면서 요즘 조금 무리하다 싶게 일이 많다.
지난 주엔 한 주 전부터 조수현 군이 미리예고하여
새로이 부임한 지역을 중심으로 친구들, 소위 부평포럼
(이건 내가 붙인 말이다. 몇몇 친구들은 포럼이란 단어에 이상한
유권해석을 하기도 한다 ㅎ)을 준비하고 있으니
참석하라는 권유를 받고도, 그 날을 전혀 기억하지 못한 가운데 지나갔다.
주말쯤 왜 소식이 없냐고 전화를 했더니,
"그저께였는데, 몰랐구나!" 하면서, 너무 아쉬워하지 말라며
"다음주에 또 모이기로 했으니 그때 보자"하고 위로했다.
나는 인생뭐 있나(?) - 요즘 친구들의 구호가 되어 버린 듯하다 -
아무리 바빠도 친구들 모임이 세상최고인 듯, 지치고 수고한 나에게
친구들만나는 상을 주고 싶었다.
그러나 월요일부터 2박3일로 국제심포지움/회의가 연이어 부산에서 있어
며칠 체류하며 열과 성을 다하고 올라와 귀사하여 밀린 일 처리를 하고 있노라니,
오늘은 친절하게 조수현 군이 퇴근 몇시간전에 전화를 주었다.
"야 나와라, 그날이 오늘이다."
그러나 지금 나는 집에 들어와 컴에 앉았다.
정말로 지친 몸을 이끌고 그곳을 찾았다가는
위로의 상이 아니라, 위로를 받아야 할 병을 얻을 것 같은 심정이다.
물론 집안에 조그마한 일도 있어 자리를 함께 하지 못했지만
좋은 자리, 뒷담화 분위기라도 전해주면 좋으련만,
수현아~~
덕분에 조용히 책한권 펼쳐든다.
최인호 - 인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