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고...
지난 주말
대만여행 다녀왔다.
아는 사람 다 알겠지만,
사실 그동안 그 넘의 일 열심히 안했고
또 열심히 할 만한 여건도 아니었다.
주식시장의 움직임은 싸이클이라
잘 나갈 때 계획 잡았으나
정작 실행단계 와서는 개판되는 경우가 다반사라
알토란 같은 고객 돈 작살내고
룰루랄라 유람이나 다니는 양심불량의 모양새가 되어 버렸다.
그리고 제목에서
대만 대신 자유중국이라는 古語를 택한 이유는
내 스스로 냉전시대를 향수하는 꼴통이라서가 아니라
이번 여행의 가이드에게서 느낀 인상 때문이다.
공항에서 처음 만났을 때부터 그랬고
몇 차례의 중국여행에서 만났던
그저그런 수준의 가이드와는 사뭇 달랐다.
안내하는 멘트마다
역사적 배경을 담아 내고자 하는 점이 마음에 들어
개인적인 관심에 신상에 대해 물어봤다.
그 친구는 부모님이 산동성 출신인 화교로
우리 전북 부안에서 태어나
중, 고등학교를 서울의 한성화교학교를 다닌 후
대학시절부터 대만에서 생활해온 터였다.
아직도 새마을노래를 정확히 기억하는 또래로
곳곳에 습관적으로 배어 나오는 반공 이데올로기를 보니
그 시절 우리 모습을 화석으로 보는 듯했다.
그가 살던 박통시절 이후
우리가 겪은 우여곡절의 과정과 그 결과로서의 현재에 대해
피부적으로 그가 느꼈을 리 없겠고
대만의 특수한 환경으로 인해 오히려 한층 강화된 모습으로
투영되었는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어쨌거나 내 자신만 봐도 알 수 있듯
이념적으로 한결 자유로워진 대한민국의 성숙이 자랑스럽다.
그나저나...대만의 정치적인 대립 및 갈등구조는
우리네 못지 않은 듯했다.
멀리서 찾을 것도 없이
그 가이드가 보여준 천수이벤(陳水扁)에 대한 혐오감은
노무현을 싫어하는 우리네 꼴통들의 모습과 너무나 흡사하여
신기할 정도였으니 말이다.
그는 반공의 형제국인 대한민국 화교 출신으로
당연히 국민당을 지지하는 듯했고
출신성분의 차이 떄문인가 궁금하여 천수이벤에 대해 물어보니
조상이 해적질을 해 먹고 살았는지는 모르겠으나
복건성 출신의 원주민이란다.
지금의 총통인 국민당 출신 마잉주(馬英九)에 대해서는
본시 청렴하고 합리적인 좋은 사람이나
정부의 간섭을 극도로 싫어하는 시장주의자로
공사판 잠바차림으로 이리저리 설치고 다니는 모습이 전혀 없어
그게 불만이요, 걱정이이라는 설명이고...
그래서 그런지
우리가 대만에 있을 때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현 집권당인 국민당은 박살났다.
지난번 태풍 모라꼿의 피해에 대한
미온적 대응 때문이라나 뭐라나...
물실호기...토목에 강한 우리나라 대통령 같았으면
어림 없는 일이었겠지만 말이다.
또, 재미있는 이야기가
과거 국민당에 대한 민진당 등 진보세력의 투쟁에 있어
얘네들이 하고 싶어도 하는 방법을 몰라
우리나라 진보그룹이 그 노하우에 대해 자세히 전수해 줬단다.
온화한 대만사람들의 천성에 비추어
다소 평화적이지 못한 운동방법이 오히려 민심이반의 독이 되었다는
나름의 주석도 달렸다.
천성이 온화하긴 개뿔이나...
하여간 대만은 꼴통들에게도 형제국이요,
진보에도 형제국인가 보다.
이야기가 좀 이상해졌다만
비록 주마간산의 짧은 일정이었지만
이제는 거대중국에 밀려 우리의 관심에서 멀어진 대만여행을 통해
지난 시절의 아련한 향수 같은 것을 느낀 것만으로도
나름의 재미였다.
아는 사람 다 알겠지만
이번 여행을 통해 알게 된 몇 가지 참고사항...
대만의 겨울날씨는 완전 개판으로
청명한 날이 거의 없는 우중충한 날씨에
강한 바람, 높은 습도 때문에 사람들 맛탱이가 가겠더라.
(여행하기 좋은 시즌을 찾도록)
치안은 본토와는 비교 안될 정도로 안정적이라 느껴지며
음식의 경우, 일본 식민지로서의 오랜(50여년) 영향 때문인지
일본인 관광객도 많은게 우리 입맛에 맞는다.
물가는 우리와 거의 차이를 못 느낄 정도로
싼 맛에 하는 여행은 기대하기 힘들다.
짧은 여정으로는 타이페이 인근 밖에는 경험하지 못하니
이왕 가는 거 시간 좀 투자하여
해외 원정산행(4000미터에 육박하는 옥산 등) 겸해
즐기는게 좋겠다는 생각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