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개혁진영의 제3세력으로 주목받는 ‘창조한국 미래구상’(미래구상)이 대선 관련 토론회도 갖는 등 바쁜 행보를 보이다 발기인 합동 워크숍을 열고 진로와 전망, 로드맵의 일단을 제시했다.
그 핵심 내용은 반수구·반양극화에 동의하는 모든 세력들이 모여 완전 경선을 해서 단일후보를 뽑자는 것이다.
제 3지대 깃발론이 펼쳐지는 것인가...
얼마 전에 작가 황석영이 손학규를 중심으로 범 여권의 전선을 형성하면 한나라당과 충분히 해 볼 수 있다는 것을 설파하기 위해 여러 유명 인사를 만나고 있다는 소식을 듣기도 했었다. (그 때 다소 헷갈렸다...지금도...)
대선 정국을 맞이하여 이대로 가면 한나라당에 정권을 넘겨주는 것이 거의 확실하니깐 진보 진영에서 바빠진거다.
진보 진영의 위기를 모색해보고 대안과 아젠다를 제시하기 위해 여러 논쟁들이 불붙기 시작했다.
진보 진영은 대체로 노무현 정권을 실패한 정권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그에 따른 다양한 대책을 제시하고 있다
손호철 교수의 경우 참여정부는 민주개혁은 무능했고 신자유주의 개혁은 유능했다고 비판한다. 그는 여야를 넘어서는 진보프로젝트(반신자유주의 전선 구축)을 제시한다.
조희연 교수는 참여정부의 위기를 87체제 이후 민주화 20년의 위기로 인식하고 제도 정치 바깥의 사회적 힘에 호소하는 진보적 민중주의 방식(개혁 보수세력도 견인하자)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니까 손호철과 조희연의 차이는 전선의 대상을 누구로 잡느냐에 확연히 갈라지는데, 거칠게 말하자면 손호철은 신자유주의를 지지하는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이고, 조희연은 수구세력과 신자유주의 세력이 중첩되어 있는 셈이다.
최장집 교수는 민주주의 체제하에서 참여정부가 실패했기 때문에 이후 한나라당이 집권할 수도 있다는 요지의 발언을 해서 파문을 불러 일으키기도 했다.
최장집 교수와 손호철 교수는 한나라당에 정권이 넘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 신비판적 지지를 중도세력에게 또 한번 할 수 없다는 입장인 것이다.
차라리 민주 노동당에 대한 비판적 지지를 대안으로 생각하는 진보진영도 있다.
한편, 노무현 대통령은 자신은 유연한 진보라며 교조적 좌파 진보가 자신을 도와주지 못한 것에 대해 서운한 마음을 감추지 않는다.
여기서 노무현 정부의 대차 대조표를 생각해 보기로 하자.
물론 이것은 나의 주관적 생각이다.
노무현 정권이 잘한 부분은 정치에서 권위주의를 없앴다는 점, 지방 분권의 실시, 과거사 진상 규명, 사립학교법 개정, 언론법 개정 등일 것이고, 못한 부분은 이라크 파병, 신자유주의의 심화 (양극화, 비정규직의 확대), 민생정치 (교육, 부동산), 국민들에게 정치적 불안을 심어 준 점 (대연정, 개헌안, 분당 )등일 것이다.
또 하나, 너무나 아쉬운 부분은 냉전시대의 유물 국가 보안법을 철폐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조선일보에도 있는 선군 포스터를 자신의 홈피에 탑재했다고 전교조 교사 2명이 지금 구속 수감 중 인 것이 국가 보안법이 엄연히 위세를 떨치고 있는 현재 대한민국의 모습이다.
그리고 대북 정책이나 외교는...? 보통 정도일 것 같다.
기대치에는 못 미치지만 그렇다고 한나라당이 정권을 잡았다고 생각했을 때와 비교해 보면 그렇다는 이야기이다.
요즘 진보세력과 수구세력을 포함해 대다수 국민들은 노무현 대통령을 욕하고 있다.
그것은 노무현 정권의 정체성이 중도 보수 개혁이므로 양쪽에서 다 비판을 받을 수 밖에 없다. 그것을 너무 서운해 해서는 안된다.
그래서 진보적 시각을 갖고 있는 입장에서 보면, 총선에서 150석을 밀어 주었을 때 개혁적 정체성을 분명히 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 때부터 너무 한나라당 눈치를 보고 있다.
그런데 노무현 대통령 자신은 나름대로 진정성을 가지고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보수 언론과 보수 관료에 포위되어 있는데다 진보진영에서도 날선 비판을 가하자 참여정부의 성과를 애써 홍보하며 진보 논쟁까지 부추기고 있는 것이다.
우리 사회의 최대 현안인 FTA를 놓고 보면 진보 진영은 개방은 하되 언제 누구랑 어떻게 할 지에 대해 좀더 고민하면서 다자간 협상으로 가자는 것이고, 보수 진영은 미국과의 쌍무 협상 위주로 하자는 거다.
그런데 우리 국민들의 찬반 의견은 대충 50대 50으로 나누어 지는데 어째서 FTA를 반대하는 50%중 반 이상이 한나라당을 지지하는지 의아하다.
그만큼 한나라당의 헤게머니가 유효하게 작동된다는 뜻일거다.
정책적 차별성에 따른 정당 지지가 아니라 열린 우리당의 실패로 인한 반사 이익과 지금의 어려운 경제 현실을 해결해 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 때문일 것이다.
특히 이명박 전 시울 시장에 대한 기대는 사뭇 크다. 그가 제시하고 있는 경부 운하 건설이라는 것은 기실 산업화 시대에나 적합한 것인데도(경제적 효율성은 차치하고 생태적 폐해는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박정희 신드롬에 빠져 있는 대중들에게 청계천으로 추진력을 보여준 이명박은 하나의 신화적 현상인 것이다.
홍세화 식으로 말하자면 대중들은 자신의 존재를 배반하는 의식으로 물들어 있어 노동자 농민등 기층민중임에도 불구하고 한나라당을 지지하는 기이한 현상이 대한민국에서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물론 거기에는 이제는 권력화된 조중동 보수 언론의 엄청난 위력이 있다.
이런면에서 미래 사회에 대한 진보적 대안을 제시하지 못한 민주 노동당과 시민 사회 운동에 막중한 책임이 있다.
결국은 헤게머니 싸움이다. 대중은 동요하기 마련이다.
양극화 해소와 평화체제라는 아젠다를 실현할 수 있는 비젼을 제시하여 일반 대중을 진보진영으로 끌어 들일 수 있는 청사진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