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오후! 놀토를 맞이하여 1박 2일로 등산가려고, 수업 끝나고 막 나서려는 순간
마눌하님한테 걸려온 전화 한 통!
아마도 술 좀 적게 먹고, 일요일 교회 빠지면 안되니까 토욜 저녁까진 꼭 오라는
명령을 전달하려는 거겠지 예상하며 전화를 받았습니다.
"자기 등산가는데 부담될까봐 전화 안했는데 이 얘길 해야겠어. 다름이 아니라 아름이가 아침 등교길에서 2명의 애들하고 싸웠대. 버스에서 싸움이 시작되서 학교 정문까지 가면서 계속 싸웠대. 일방적으로 맞기도 했지만 얘도 좀 때렸나봐! 근데 그쪽 부모가 보통아니래.
문제 부모 밑에 문제 애들 있는것처럼! 그쪽 애들 한 명은 이빨 두 개가 흔들리고 입술도 찢어져서 10바늘이나 꿰맸대 글쎄. 글고 한 아이는 새끼손가락이 부러졌대나봐! 아름이 담임한테 전화왔는데 그쪽 부모 조심하라는 거야! 게다가 그 애들은 난곡중에서 짤려서 한울중으로 전학을 간 애들인가봐! 원래 학교에서 짱이었다나봐! 근데 그런 애들을 건드렸으니 이거 어떡해야햬?"
"그럼 아름이는 상태가 어때?"
"아름인 얼굴 여기저기 할퀴고 얻어맞고, 다리는 질질끌려다녀서 많이 까졌고, 목도 제대로 못 가눠!"
" 그럼 병원에는?"
"아직 못갔어? 너무 떨리기도 하고 어떡해야 할지 몰라서 이러고 있어. 게다가 어떤 병원을 가야할지도 몰라서"
" 그런 말이 어디있어? 당장 인근에 있는 큰 병원으로 가! 내 금방 갈게."
"등산은?"
"지금 등산이 문제야? 내 금방 갈게! 일단 응급실로 가서 치료받고 진단서부터 발급받아 놔! 근데 학교에선 왜 애를 병원에 안 보낸거야? 이거 참"
전화를 끊고 나니 앞으로 닥칠 일이 눈에 선했고, 이를 어떻게 처리를 해야 할지 수많은 생각들이 스쳐갔습니다.
우리 딸네미가 잘못했다면 보통 이정도가 되면 돈 몇 백만원 정도는 쉽게 들어가는 것을 학생사안을 다루면서 많이 보아온지라 걱정이 앞섰습니다.
그것보단 그 쪽 부모들은 이런 일에 이골이 난 사람이라 하니까 일방적으로 당할 수모를 생각하면 몸서리가 쳐졌습니다.
반대로 그쪽이 잘못했다고 해도 내가 치료비부터 시작해서 일방적으로 몰아치는 성격도 아니니 그것도 생각하기 싫었습니다. 이래저래 난처한 입장이긴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러나 일단 부딪히고보자는 생각으로 정리되었고, 사건의 전말도 직접 들어야겠기에 부랴부랴 병원에 도착했지요.
딸네미의 몰골은 말이 아니었습니다.(나중에 사진을 보시면 놀랄것임) 그러나 많이 진정되어 있는 모습을 보니 안심이 되었습니다. 생각보단 크게 다치진 않았습니다. 여기저기 타박상이 있었고, 얼굴은 할퀸 자국이 여기저기 있었습니다. 상처가 남지 않는다고 하니 다행입니다. 다만 목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고, 등이 아파 몸도 제대로 가누질 못합니다. 그만 하길 다행입니다.
그러자 갑자기 분노가 납니다. 이 지경이면 애가 괜찮다고해도 그렇지 병원에라도 좀 데려다 줄것이지 너무했다 싶어서 은근히 화가 났습니다.
하여튼 딸네미한테 자초지종을 들었습니다.
내용은 이랬습니다.
등교길에 버스를 타고 자리에 앉자 마자 뒤따라오던 그애들이 내가 찜한 자리라고 하며 비키라고 하길래 이게 왜 니 자리야? 하면서 비키기를 거부했더니 그때부터 욕을 하면서 툭툭 치더랍니다. 사고 때문에 학교에서 짤려 이웃학교로 전학 간 짱이라는 걸 알면서도 막 화가 났더랍니다.
그래서 참지 못하고 같이 대들게 되었고, 버스 안에서 시작된 싸움이 난곡중학교 버스정류장까지 갔고, 거기서 내려 싸움은 계속 컨티뉴 되었더랍니다. 끌려다니기도 하고 때리는 걸 막으면서 주먹 몇 번 휘두르고 그러길 몇 분이 지나자 난곡 정문에서 선생님들이 달려나와 모두 생활지도부실로 끌고 갔더랩니다.
그 중에 두 놈은 이 학교에서 짤린 유명한 놈이라 선생님들이 단체로 그 두 녀석을 야단치면서 아직도 버릇 못고치고 이젠 학교까지 와서 싸움을 벌이냐면서 야단을 쳤겠죠? 게다가 우리딸네미는 얌전한 학생이라는 걸 알고 있었으니 더 그랬겠죠? 그러자 야단 맞는 두 녀석이 부모에게 전화를 했고, 그 부모가 학교까지 와서 교무실에서 난장판을 쳤답니다. 선생님들을 향해 삿대질에 심한 욕까지 퍼부으면서.
이게 사건의 전말입니다.
난 우리 딸네미가 이런 놈인지는 몰랐습니다. 원래 폭력 앞에서는 인간은 아주 작아집니다. 게다가 지금 바로 눈 앞에서 펼쳐지는 물리적인 폭력 앞에서는 누구나 다 위축됩니다. 집사람이나 나나 학교시절 이렇게 주먹을 휘두르며 싸워 본 적이 있었던가요? 전혀 없었습니다. 그만큼 겁이 많은 사람으로 살았습니다.
예전에 한번 학창시절 이런 비슷한 일이 일어날뻔 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때 일을 생각하면 지금도 오금이 저립니다. 주먹을 휘두르며 싸운다는 생각 자체가 나에겐 무척 힘든 일이었으니까요.
근데 둘째 딸네미가 이 일을 저지른 겁니다. 내가 아는 딸네미가 아니었습니다. 마냥 어리광만 부리고 유약한 아이였습니다. 근데 어떻게 싸울 생각을 다했을까요?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 정말 달라졌어요. 이젠 하산을 해도 될 정도가 되었습니다.
이상하게도 정말 이상하게도 녀석은 이제 걱정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됩니다. 왜 그럴까요?
오히려 공부 잘해서 좋은 직장 잡게하는 게 더 필요할 것 같은데 전 이상하게도 이런 딸네미의 행동에 믿음이 가는건 왜일까요?
학교 짱을 건드리면 학교 생활하기가 쉽지 않을텐데 말입니다.
들려 오는 말에 의하며 난곡중에서 우리 딸네미가 영웅이 되었답니다. 이거 울어야 할지 웃어야 할지 정말 난감한데도
그래도 난 둘째가 미더워집니다.
이젠 제가 할일은 등하교길에 린치당하지 않도록 조치를 취하는 일만 남았습니다.
일단 저 쪽 부모들은 1대 2라는 사실만으로 쉽게 치고 들어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집단 폭행이 되니까요.
근데 문제는 평소에 딸네미에게 벌어질 지도 모르는 린치를 어떻게 막느냐 입니다.
그건 제 문제니까 이제 학교와 상의해서 일을 처리해야겠지요.
이렇게 걱정하면서도 걱정이 안되는건 왜일까요?
이런 아빠가 진짜 아빠인지 자문해보기도 합니다.
폭력이 무서워 이리저리 피해다니기에 바빴던 나 자신을 돌아봅니다.
달라진 우리 둘째 때문에 이렇게 나 자신을 돌아봅니다.
우리아이가 달라졌어요!!!!! 진짜로!!!!!
근데 앞으론 이말은 해야겠어요.
때리면 그냥 맞아라! 그게 돈 버는 지름길이다. 절대로 멱살은 잡지말아라, 살인미수죄에 해당한다.
단, 말(욕도 포함됨)은 퍼부어도 좋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