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 학교 남자 샘들끼리 한국-그리스 전 토토 이벤트를 했는데 나는 그리스가 1:0으로 이기는 쪽에 베팅을 해서 졸지에 매국노가 되었습니다.
난 전력면에서 그리스가 이길 것으로 예상했었고 그리이스가 이기는 것에 베팅하는 것도 넉넉하게 받아들여질 수 있는 대~한민국 이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였습니다.
물론 1:0으로 이기는 결과가 적중하여 배당금을 받는다 하여도 어차피 술 값으로 다 쏠 작정이었고, 나 역시 대~한민국이 승리하기를 너무나 염원하여 내가 가르치는 3학년 이과반 학생들에게는 우리 팀이 이기면 달콤한 쵸코렛을 사주겠다고 약속을 해 두었던 터라 토토 이벤트를 통하여 돈 좀 벌어보겠다는 알량한 영혼은 아니었다는 점 다시 한번 말씀드립니다.
그런데 내 예상과는 달리 우리나라가 완승을 거두는 모습을 보고 난 너무나 기뻐 마누라랑 두리서 차두리처럼 힘차게 술을 마시며 그만 뻗어 버리고 말았지요.
오늘 아침 술이 덜 깬 눈빛으로 재방송을 다시 보며 나의 판단력에 미쓰가 있었음을 겸허히 인정하는 것이 참으로 기뻤습니다.
개인적으로 차두리가 무척 불안했는데 철벽 수비도 좋았고 박주영에게 결정적인 크로스 올리는 장면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또한 박지성 보다는 박주영을 더 선호하는 편인데 박지성이 환상적인 추가골을 넣는 모습을 보고 또 한번 내 편견을 반성적으로 바라보는 게기가 되었습니다.
물론 박주영도 헤딩도 따 내고 수비수를 달고 다니고 위협적인 슈팅도 서너 차례 날리는 등 인상적인 플레이를 펼쳤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정말 재미있는 것은 나처럼 국가 대표 선수들에 대한 호불호가 지나쳐 엄청난 편견에 사로 잡혀 있는 경우가 비일비재 하다는 것입니다.
예전에 이천수와 고종수, 최용수등과 그리고 지금의 차두리와 이동국이 대표적인 경우라 할 수 있지요. 드물게 이영표나 이청용은 안티가 적은 것 같네요.
(앗 ~이것도 제 편견인가요^^*)
A매치 경기 후에 쏟아지는 댓글을 보면 선수들에 대한 평가가 극과 극을 달리는 경우가 많지요.
심리학적으로 보면 인간에 대한 평가는 첫인상이 제일 중요한데 그 후의 정보는 첫 생각을 꿰 맞추는 쪽으로 정보를 임의대로 해석하거나 심지어 왜곡까지 하게 되지요.
그래서 난 이번 월드컵 경기를 보면서 내 개인적 편견이 뻥 한방을 맞는 새로운 계기가 되었음 합니다.
사실 난 대한민국 축구는 아직 16강 수준은 아니라고 보는 편이었거든요.
우리나라가 16강에 오르는 경우의 수는 이렇습니다.
재수 억세게 나쁜 경우는 어느 한팀이 3패를 하고 나머지 세팀 모두 2승 1패를 해서 골 득실에 따라 우리 나라가 탈락하는 경우이지요.
또 거꾸로 우리가 1승 2패를 하고도 오를 수 있는 경우도 있지요. 이 경우는 아르헨티나가 3승을 하고 골 득실면에서 우리가 유리한 경우입니다.
1승 1무 1패는 상황에 따라 16강에 오를 수도 있고 떨어 질 수도 있습니다.
일단 제일 좋은 건 우리나라가 아르헨티나 전에서 무조건 이기고 그리스랑 나이지리아랑 비기는 경우이지요. 이러면 나머지 경기 결과에 관계없이 무조건 16강이 확정됩니다.
제일 쌀벌하도록 스릴있는 경우는 아르헨티나하고 비기고 나이지리아가 이겨서 마지막 승부에서 나이지리아랑 맞짱 뜨는 경우이겠지요.
그러면 학교 수업이고 회사 업무고 뭐고 간에 무조건 새벽에 거리 응원을 나가야 하겠지요.
그런데 아무튼 대한민국 전사들이 주눅들지 않고 당당하게 자기 플레이를 하는 모습이 너무나 좋습니다.
그만큼 축구를 애국의 차원을 넘어서 스포츠로서 즐길 수 있게 되었으니깐요.
대~한민국! 짝짝짝 짝짝! 16강 GO G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