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소담스럽게 내리는 서설과 함께 찾아온 새해
세상 모든 이에게
복 된 한 해 되길 빈다.
본론으로 들어가...
적어도 스크린부문 만큼은
강호의 위치를 확고히 했다는 자신감에도 불구하고
요즘 계속되는 부진에
알게 모르게 마음고생이 많았다.
자존심이 멍들고
가슴이 뻥 뚫려 버린거지.
그렇게 신년연휴를 우울하게 보내던 차
태형이로부터 연락이 왔다.
1월 2일
광운도장에서 울포 운영위원회가 있는데
겸사 겸사 신년맞이 스크린시합도 있을 예정이니
별 일 없으면 참가하란다.
그래?
처음엔 컨디션이 컨디션인지라
심드렁하게 받아들였는데
나중에는 그런 패배의식에 오히려 오기 같은게 솟구쳐 오른다.
그렇게 해서 신년 꼭두새벽부터
김원기, 우제학, 유태형 그리고 본인의
피 튀기는 빅 매치가 이루어지게 되었다.
래순네 도장에서 가볍게 몸을 푼 뒤
근처 스크린골프장으로 옮겨
치킨, 생맥주부터 주문하고 단합모임을 시작하였는데...
이거 영
초장이 여의치가 않다.
더블, 트리플...
오늘도 슬럼프의 연속인지
답답하다.
와구와구...닭다리 뜯어 가면서도
잘도 치는 다른 친구들의 선전을 우울하게 지켜보다
(나는 게임중에 군것질을 안한다. 헝그리정신을 잃기 때문에)
드디어 전반 중반쯤 터진 버디 한 방...
감이 온다.
감이 오면 그것으로 게임셋이고...
전반 +5, 후반 +2...도합 +7로
우승자는 역시 나였다.
준우승은 내가 아끼는 후학 김원기군(+8)
3위는 전년도 스크린대회 우승자 우제학군(+10)
그리고 4강의 마지막 한 명은 유태형군(+11)
점수만 보면 알듯이
박수갈채를 받을 만큼 모든 선수들이 잘 싸웠다.
이후의 애프터는 생략코자 했으나
이왕 말 나온거
스크린 우승자으로서의 처신이 너무 가벼웠다는(돈내기 연루)
비난을 감수하겠다.
스크린대회 이후
원기는 집안행사로 일찍 돌아가고
나머지는 진동횟집에서 귀밝이술 한 잔 했다.
그런 와중에 래순이도 합류하고...
술 한 잔 들어가니
이심전심 발동하는 투지...
다시 붙자! 오장으로
집에 간 원기까지 다시 불러
심야의 코피 터지는 싸움이 시작되었는데...
래순이를 포함한 나머지는 이미 고주망태로
큐걸이가 제대로 나올리 없고
집안행사로 술자리를 피한 김원기만이
맹숭맹숭 집중력을 잃지 않았다.
슬로우 스타터인 개인적인 특성에 혈중 알콜농도까지...
오장이 쎄긴 쎘던지 전반 두 홀 지나니
가지고 있던 배춧잎이 벌써 쇼티지다.
올인 부르고 나와야 마땅하나
결과(최후의 승자는 나)가 너무도 뻔해
치부책 정리하며 버티는 치욕을 감래하기로 했다.
이런 근성, 집요함이
새해 슬로건이기도 하고...
한 때 33만원까지 올라가던 부채가
예상대로 전반의 후반부로 가며 더 이상 늘지 않는다.
그리고 마지막 홀 포함하여
후반에 터진 버디 3방...역시 승부사다.
그렇게 딴 돈
쪽박이라며 투덜거리는 친구들에게 세배돈처럼 나눠주며
그 표정 들킬까 하늘(천정)을 향해 쪼개니
새벽닭 우는 소리...
슬럼프 끝!
스크린 황제의 귀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