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 출근날
집을 나와보니 雪國이다.
눈 색깔은 하얀데
앞이 캄캄해지는 것은 왜일까.
어찌 가야 하나...
그래서 상황판단이라고 한게
버스는 어불성설이고
버스가 그러하면 전철 또한 도낀 개낀일 듯하여
기차를 타기로 했다.
갓 빚어낸 눈밭을 엉금엉금 기는 버스 타고
한 시간만에 수원역에 도착하니
비록 입석이긴 하지만 바로 영등포행 무궁화다.
열차안 차창으로 보니
지나는 전철역마다 출근인파로 북새통이고...
그렇게 영등포역까지 20분 걸려 왔으니
나름대로 탁월한 선택이었다.
그 날 저녁 일기예보를 보니
다음날 수은주가 급강하
빙판길 또 한 차례의 출근전쟁을 예고한다.
한번 써먹은 작전
다시 재탕하는 것이 좀 거시기했지만
그렇다고 별 뾰죽한 수도 없어
다시 수원역으로 갔다.
역시 블루오션에서 레드오션으로
어제보다 많은 인파에 열차까지 연착이다.
인파에 밀려 객실 통로 중간 쯤에 자리 잡았는데
뒤따라 들어온 젊은 넘이
내 앞 창가에 앉은 사람을 흔들어 깨운다.
"할머니, 일어나세요. 여긴 내 자리예요."
미안하다며 일어서는 할머니를 보며
마음이 좀 안좋았지만
거기까지는 요즘의 세태려니 속으로 삼켰다.
싸가지 없는 넘...
그리하여 그 할머니와 나란히 서서 오는데
그 할머니의 모습이 왠지 불편해 보였다.
좌석 등받이에 앞으로 기댔다가
뒤로 기댔다가 하며...
때 마침 열차가 안양역에 도착하니
이번엔 바로 앞 통로쪽 좌석이 났고
당연히 할머니에게 양보했다.
헌데...그것도 잠시
안양역에서 탑승한 인파가 차안으로 밀려들고
그 할머니는 전과 똑같은 프로세스로
다시 자리를 내어주고 말았다.
이번엔 性만 달라 여자다. 싸가지 없는 년...
이젠 성질이 제법 났으나
다시 눌렀고...
그렇게 열차는 다시 출발했고
그 할머니가 등받이에 힘겹게 기대서서
손자사진이 배경화면으로 되어 있는 핸폰으로
어딘가에 문자를 보낸다.
"너무 힘드네...사람이 너무 많아 어지러워..."
그걸 보는 순간 도저히 못 참겠는지라
그 젊은 처자에게 부탁을 했다.
"많이 아프신거 같으니 자리 좀 양보해 주세요."
겉으로는 선한 행위요, 정중한 어투였으나
나의 마음은 칼을 품었고
반응이 삐끗할 때를 대비하여 험한 말들을 준비할 정도로
격앙되어 있었다.
다행히 그 아가씨는
선한 표정으로 양보했다.
착한 년...진작 그러지.
그 할머니는 차안의 모든 사람에게
감사하는 표정이었다.
어렵고 힘든 사람에 대한 따뜻한 배려는
우리가 사는 세상을 살만한 세상으로 만드는
힘을 가진다.
지난 성탄 연휴
여유로운 마음에 TV채널을 돌리다 보니
경기방송 도정소식이 눈에 들어온다.
경기방송이야
여간해선 볼 일 없지만
이슈가 이슈인지라 잠시 멈춘거지.
도의회 소식으로
진보적인 교육감이 요청한 무료급식 예산을
딴나라당 도의원넘들이 부결시켰다는 것이다.
저런?
그런데 진도를 더 나가보니
뭔가 논쟁거리가 있을 것도 같다.
교육감의 안은
초등학교 5-6학년 전체에 대한 무료급식(650억원)이고
대신 한나라당이 날치기 처리했다는 것은
월수입 200만원 이하의 저소득층 자녀를 대상으로 한
초, 중, 고등학교 무료급식안(740억원)이다.
나라 살림살이만 넉넉하다면
애들 밥이야 몽땅 거져 주면 문제가 없겠건만
그게 여의치 않으니 쟁점이 되고
경기도 의회 또한 국회 못지 않은 난장이 되나 보다.
진보진영의 논리는
저소득층의 자녀에게만 무료급식을 할 경우
어린 가슴에 남을 상처가 우려되니
대상은 2개 학년으로 제한하되 통으로 다하자는 이야기고
꼴통진영은 혜택이 꼭 필요한 계층을 가려
광범위하게 하자는 생각인 듯하다.
그걸 가지고 왠 난리버거지인지
어렵고 힘든 사람들에 대한 따뜻한 배려라는 주제도
일단 정치판에 등장하면 이전투구
속 빤히 들여다 뵈는 개수작들의 소재로 변한다.
어찌 되었건 커가는 애들 밥은 먹어야 하고
논리나 현실성만 놓고 보면 꼴통진영의 생각이 내 생각인데
여러분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