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한번은 치르는 홍역에
우리집도 예외는 아닌지라
우리 막내넘 진학문제로 요즘 심신이 피곤하다.
평상시 애들 교육에 별 관심 없다가
입시철 닥쳐서야 노심초사, 동분서주하는 모습이
말 그대로 양심불량이지만...
수시부터 수능까지 거듭된 '실수'로
의기소침해진 아이가
아빠에게 독백처럼 되네인 말이 가슴을 저민다.
"아빠...나 경쟁이라는게 무서워."
(註)
까 놓고 이야기해서
그만한 실력이 안되었다는게 사실이겠으나
굳이 '실수'라고 주장하는 父情에 대하여
너른 이해 부탁한다.
지난 주부터 보름 간 이어지는 실기고사...
예능부문(디자인)을 준비해온 딸 아이에겐
어렵고 힘든 마지막 고비인 듯하다.
지난 주 치러진 한 차례의 실기고사
그 또한 여의치 않았던 듯
아이가 말이 없다.
그 모습을 보는 내 가슴은 다시 찢어지고...
답답함에 어제 보는 시험은
아빠가 직접 시종을 함께 하리라 작정하고
당일 아침 아이를 깨우는데
일어나기가 무척 힘겨운 듯 짜증이다.
그럴 만도 한게
요즘 매일 같이 학원에서 새벽 1-2시 귀가니...
안되겠다 싶어 큰 넘(언니)에게 바통터치...
자매의 정이 각별하여
언니가 그런 힘든 일을 종종 맡아주곤 한다.
그러나 평상시와 달리
언니에게도 짜증을 부린 듯
방에서 나온 큰 넘이 씩씩 거린다.
"못 된 계집애..."
사연인 즉, 언니가 깨우지 말아야
일어나겠다는 주장이란다.
메뚜기도 한 철인데,
저 위세 언제까지 가겠느냐 큰 넘 달래다
갑자기 옛날 생각이 나
그 바쁜 와중에도 옛날이야기까지 해줬다.
"예전 아빠도 고등학교 다닐 때 자는데 누가 깨우면 짜증을 심하게 부려
아빠를 깨우던 고모가 종종 울기까지 했는데
어찌 저리 똑 같은지..."
"까르르...불쌍한 우리 고모..."
그런 우여곡절을 거쳐
자기 몸집만한 도구가방 안쓰럽게 손에 쥐어주며
시험장에 집어 넣었다.
가까운 증권사 객장 시세판 기웃거리다
그도 답답하면 PC방도 서성이며...그렇게 보낸 대기시간은
그 넘 태어날 때 분만실 앞의 내 모습
바로 그대로다.
학원 간 언니까지 불러 시험 종료시간 맞춰
시험장 교실문 코앞에서 대기하며
그 넘을 맞았다.
시험주제와 자기의 착안이 과연 맞는지
시종 불안해 하는 녀석의 이야기를 듣고
언니와 합세하여 칭찬을 마구마구 쏟아부었더니
종전의 불안감은 온데 간데
안도감 넘어 좀 교만스럽기까지 하다.
안 그래도 감독관 선생이
시험시간 내내 자기 그림만 주시하는 것 같아
부담도 되고 좀 짜증스러웠다나 뭐라나...
얼씨구? 하여간...
어쩌다 골프 좀 되면
황제다 뭐다 온통 난리굿이다가
그게 아니면 오만가지 세상 고민 다 짊어진 듯
우거지상이 되는 평소 내 모습 그대로다.
父傳女傳...
그것으로 재미삼아
또 한 차례의 언덕을 넘었다.
가까운 아웃백 가서 점심 먹고
집에 돌아와 피로함에 지쳐 잠이 든 녀석의 모습이
여전히 안쓰럽다.
짧은 낮잠 후엔 다시 학원행이고...
同病相憐...
비슷한 처지에 있을 친구들, 그 자녀들에
고생에 대한 위로와
좋은 성과의 기원을 함께 전하고 싶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