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발적인 꼬리 글의 성원(?)에 힘입어
쓰기에 시간상 버겁다는 생각이 들지만 다시 좌판을 두들겨 봅니다.
꼬리 글 내용이 불성실한 사람이 좀 있습니다만
기억해두고 그냥 넘어 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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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에 있는 고참 환자에게 물어보았다.
군대에서 남녀가 사랑하다 걸리면 어떻게 되냐고?
여자는 제대해야하고 남자는 영창을 가야 한단다.
“영창이라...................”
조금은 가혹하다는 느낌이 든다.
세 번째 날 NOQ 숙소 문을 열고 들어가니 김 중위는 하얀색 병원 추리닝을 입고 있었다.
혼자서 연습을 했는지 타자실력이 생각보다 발전 속도가 빨랐다.
그래서 오늘은 오려간 신문 기사를 주면서 틀려도 좋으니 끝까지 쳐보라고 했다.
그리고 나는 그제서야 어느 정도 여유를 가지고 방안을 둘러 보았다.
옷걸이에 걸린 군복 위의 밥풀떼기 두개의 노란 계급장이
야광마냥 밤에도 반짝 반짝 빛나고 있다.
의외로 치는 속도가 늦어 타자기 위로 올라오는 종이를 유심히 보았다.
“김혜X 중위. 김원기 사랑. 고독. 외로움. 결혼. 연애. 그리움.........원기씨..............”
순간 움찔했다.
치라는 신문기사는 안치고 내가 보기에도 당황스러운 내용을 혼자
머리 속으로 생각해 내면서 치고 있었던 것이다.
갑자기 온몸이 굳어지면서 체온이 확 올라가는 것이 내 평정심의 균형이
급격히 허물어짐을 느낄 수 있었다.
사실 마음에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군대라는 공간과 계급이라는 딱지가
나의 자유의지 마저 묶어두고 있었는데 순식간에 균열이 가기 시작한다.
“이 분위기에 절대 휩쓸리면 안돼...영창이야
부모님을 두 번 실망시키면 절대 안돼“
“아니야, 내가 먼저 옆구리 찌른 것도 아닌데
나는 그저 시키는대로 했을 뿐이야....여기는 아무도 없잖아“
예상치 않은 상황이었지만 인생의 기로가 될 수 있는 절대 절명의 순간이라는
판단에 찰나의 가능한 모든 생각을 동원했다.
그런데 후자로 자꾸 기울어지게 된 이유가 타이핑 내용 중 “원기씨”라는
단어의 자의적 해석과 지퍼를 열은 추리닝 속 깊게 파여진
셔츠의 도발적 자극 때문이었다.
그러나 나만의 착각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타자 치면서 오른쪽으로 이동하는
그녀의 오른팔에 내 왼팔을 살며시 붙여보았다.
누가 "버닝 러브“라 했는가?
팔의 접촉 부분에서 갑자기 불이 후끈 붙는 듯 하고 온몸의 세포가 요동치며
제자리를 못 찾고 있다.
나는 중위님이 먼저 나를 어떻게 해주기를 바랬다.
먼저 고백을 하든지, 먼저 내 손을 잡든지, 확 안아 주든지 그래주기를 바랬다.
당신이 이 정도까지 몰고 갔으면 마무리까지 해야지 하는 바램이었으나
그러기에는 내 인내심이 부족했고 테스토스테론의 과다 분비가 나의 이성을
혼돈시켰던 것이다
중위님은 평소와 다르게 오자 투성이의 타자를 치고 있었는데
손은 좌판 위에 있으되 마음은 다른 곳에 있다는 확실한 증거였다.
오른 손을 중위님의 오른쪽 빰 밑부분으로 가져갔다.
혹시 예상과 다르게 따귀라도 날아 올까봐 계속 가슴이 쿵광거리며 요동친다.
간호장교님의 얼굴을 살며시 내쪽으로 돌렸다.
눈을 감고 있었다.
나는 키스할 때 가능한 최대로 천천히 한다.
혀도 거의 슬로비디오로 움직인다.
왜냐하면 입술이 급작스런 자극에는 감각세포들이 다 놀라서 도망가기 때문이다.
최대한 천천히 하면 감각들은 각각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살아 숨쉬게 된다.
살포시 안았다.
그리고 한참을 말없이 가만 있었다.
나의 뛰는 심장소리가 마치 상대에게 들리는 듯하다.
그리고 내 입술이 목표를 향해 다가간다.
동시에 내 오른손은 그녀의 오른쪽 가슴 위에 사뿐히 감싸듯 내려 앉는다.
터치할 때는 쉬운 곳과 어려운 곳 동시에 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사랑은 터치다.
더 이상 수업은 불가능했다.
평소보다 많은 시간이 흘렀다.
그녀의 몰아쉬는 짧고 탁한 숨소리는
내 평생 들어보지 못한 환희의 메아리였다.
이 순간 만큼은 이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훈련병이라고 생각했다.
극한 순간 그녀는 나를 “원기씨”라고 불렀다.
그러나 나는 차마 이름을 부르지 못했다.
훈병인 나는 그 당시 중위는 내가 그림자조차 밟기 어려운
상대였기 때문이다.
늦은 시간 숙소를 나오면서 물어보았다.
“다음에 언제 올까~~~~~~~~~요”
갑작스런 내 질문에 대답을 못하고 머뭇거린다.
나는 대답을 듣고자 물어본 것이 아니라서
문을 열면서 인사를 할까 말까 하다가 조그만 목소리로
“충~~~~성!!”했다.
숙소를 빠져나오니 자정이 넘은 밤이었는데 어둠 저편에서 나를 보고 있는 여자가
있다는 것을 내가 알 리가 없었다.
(계속)
PS)재미읎냐?
여기까지 읽어준 성의가 고마워 4편은 그냥 올린다.
빨리 끝내야지........
그렇다고 진짜 꼬리 안달면 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