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화요일 오후
최규운이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요사이 무기력한 장세에 괴롭다 못해 따분하던 차에
반가운 마음으로
이 이야기, 저 이야기하던 중 홍어 이야기가 나왔다.
내 말의 요지는
우리 동문모임도 매번 제주본가에서 삼겹살 구워 먹을 생각만 하지 말고
식도락의 풍미를 곁들이면 한결 멋스럽지 않을까 하는 것이었다.
그리곤
남부터미날 근처 삼학도의 홍어찜이 괜찮더라는 추천과 함께
의례적인 인사말인 ‘언제 한잔 하자.’라는 것으로
대화를 마무리 지으려고 하였다.
그런데 최규운이는 그런 여백이 있는 화법에 익숙하지 않은 것 같았다.
그 언제가 언제인지를 구체적으로 정하라고 압박을 해 오더니
바로 그 다음날 다시 전화하기를
퇴근하고 오란다.
술과 벗이 있으니 당연히 가야 하는데
서울까지 가는 것도 여행이고
고주망태가 되어 수원 집에 돌아 가는 것도 만만치 않음에
100% 기꺼운 마음이라고 하면 거짓말일 것이나...
이미 어쩔 수가 없었다.
그렇게 해서
최규운, 김원기, 홍종원 그리고 조금 늦게 도착한 박래순이까지
5명의 술판이 벌어 지게 되었다.
김원기-박래순의 조합에서
그 날 모임의 취지인 ‘멋이나 격조’는 애당초 기대하기 힘들다는 것을
후에 알게 되었지만
하여간 격의 없이 흥겨운 만남이었다.
어찌 되었거나
왜 사람들은 홍어의 지린 내음이 좋을까?
모를 일이다.
몇 해전인가…
회사 일로 광주에서 두어달 남짓 생활할 기회가 있었다.
그 때 광주에 가서 맨 처음 한 일은
금남로의 한 서점에서 호남의 음식문화에 관한 책을 산 것이다.
그리곤 출장기간의 매일 저녁
먹기 위해 먹은 것을 토해 내야만 했던 옛날 로마인들을 떠올리며
식도락에 탐닉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후의 글은
음식문화에 국한된 다분히 주관적인 견해이니 오해 없기 바란다.
솔직히 이야기하면
나는 칼질이 투박하고 무슨 맛이고 조화인지
땅콩이 곁들여지는 부산 膾부터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오래 전
울산의 김치 맛에 한번 자지러진 후로는
그 지역의 음식에 대해 전반적인 부조화를 느낀다.
몇 해전인가…경주에 골프 치러 갔을 때의 일이다.
새벽 티업이라 하루 전에 도착하였고
남는 게 시간이라 소주 한 잔 생각에 술집을 찾았다.
죽 늘어선 식당들을 바라 보며 의사결정의 중압감에 시달렸던 이유는
앞에서 설명한 기호의 문제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 때
‘광주식당’이란 상호가 눈에 띄었고
일행을 그 집으로 몰고 가며 스스로의 재치와 주도면밀함에 뿌듯했었는데…
식당에 들어 서는 순간
아주머니의 일성이 나를 아주 심란하게 만들었다.
“어서 오이소. 그 짝으로 앉으이소.”
그 날 주문한 두부김치에서
하얀 두부만 골라 간장에 찍어 먹으며 하염없이 소주만 들이켰다.
완전히 새 된 기분으로...
이튿날 라운딩 마치고 한 고깃집에서 뒤풀이를 했다.
물론, 소금구이를 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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