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12월 30일 동서(4명)들과 함께 마지막 송년회 겸 장인어른 생신에 다녀온 후 기분좋게 잠이 들었다.
아침에 일어났는데 엉덩이 부분이 뻐근하다.
요즈음 술자리가 많아 스트레칭이나 운동을 좀 게을리 해서 그런 모양이라 생각하고 몸을 좀 풀었는데도 더 아파오기만 한다.
걷는 것은 되는데 뛰는 것은 불가능하고 양반다리자세로 앉는 것도 힘들었다.
하루종일 풀리지 않아 저녁에 목욕탕에 가서 지져보았는데도 허사다.
괜찮겠지 하고 잠자리에 들려 하는데 갑자기 떠오르는 18년전의 '악몽'...
약 18년전 1992년 10월 7일, 토요일로 기억되는 날 아침.
기상과 동시에 오른쪽 엉덩이에 통증이 느껴진다. 어쩌나? 오늘 사무실(법률사무소내 노동법률상담소)에서 야유회 가는 날인데...
어렵사리 일어나 아버지께서 빌려주신 승용차 편으로 가족들 모두를 데리고 서울대공원으로 갔다.
운전하는데 엉치 부분의 통증이 더 심해진다.
오랫만의 가족나들이라 마음이 기뻤고, 지금 대학교 2학년에 재학중인 딸애(당시 3살)를 무등태운 채 달리기도 했다.
달리면 다리도 풀릴 줄 알고...
그런데 아뿔싸! 뒤에 확인되었지만 다름아닌 디스크(추간판탈출증)였으니 당일 뛰어다닌 발자욱 수(數)만틈 나는 더
힘들어졌고, 귀가길은 어떻게 운전을 했는가 싶었는데, 그 이후 통증이 심해 앉지도, 서지도, 눕지도 못하는 세월을
8개월 보내야 했다.
그 기간이 다름아닌 노무사시험준비기간(9개월중 대부분)이었으니 맘고생도 심했었다.
그런데 유사한 증세가 다시 재발했으니...
디스크 안걸려 본 사람은 잘 모르겠지만 무척 아파서 '아! 디스크 재발이구나.'를 생각하는 순간은 '공포'였다.
<2부>
디스크로 고생한 나날이 오래였지만 결국 1996년 요추 4~5번간 탈출한 수핵을 제거하는 레이져 수술을 받은 후
그 고생은 일단락하게 되었다.(요추 3~4번 탈출수행은 그대로 두었다.)
아니 그냥 끝나는 것은 아니었고, 아프지 않을 방안을 터득했다고 보아야지.
디스크 수술을 한 사람이 허리와 복근운동(수영, 등산, 걷기 등)을 게을리하면 100% 재발한다는 점을...
이후 약 15년간 꾸준히 운동을 해 왔다. 등산도 했고, fitness center를 끊어 1주일에 4일이상은 하루에 1시간 이상
반드시 운동을 했다. 다리들어올리기를 매일 500번씩 하기도 했고, 한꺼번에 줄넘기 4,000개씩 하기도 했다.
내가 성실해서가 아니라 정말 안아프려고 한 짓이었지.
그 결과 1998년 이후에는 허리나 하체에 단 한번도 통증을 느껴본 적이 없었고, 내 또래의 누구보다 허리가 강하다고
자부하기도 했었다.
해서 가끔 서슴없이 "나는 디스크 걸린 것이 참으로 행운이었다."는 말을 자랑스럽게 뱉기도 했다.
운동도 꾸준히 하게 되었지, 오히려 자극이 되어 노무사 시험도 합격할 수 있었지 등등을 근거로 대면서...
그런데 최근에 '디스크 걸린 것이 행운이었다.'는 말을 생각없이 너무 여러차례 내뱉고 있다는 느낌을 받으면서
스스로 좀 지나치다고 생각하던 차였는데 바로 답변이 왔다.
'재발하다(relapse)'
아마 2개월전에 한번 심하게 엉덩방아를 찧었던 일과 연관이 있다고 생각은 되지만 내게 더 큰 의미는 바로 '조심하라는
경고'다.
이 글을 빌어 친구들중에 '디스크 걸린 것이 행운이었고, 지금은 누구보다 허리가 더 좋다.'는 등의 말을 나로부터 들은
사람이 있다면 사과한다. 그리고 지금 진심으로 반성하고 있음을 전한다.
다른 한편 또 다른 뭔가 변화를 추진하려는 시점에서의 극복해야 할 또 다른 '시련'이라고 생각하면서 긍정적으로 받아
들이려 하는데 아픔과 공포는 당장 물리칠 수가 없네. 병원 가봐야겠다.
p.s.
며칠전 내 대학교 동창들 홈페이지에 썼던 글이다.
지금은 거의 정상상태 비슷하게 돌아왔다. 진행성 디스크는 아니고 좌골신경통 증세라는데...
통증이 왔을 때 바로 생각난 사람은 최종열이었다. 부천으로 달려갈까 하다가 요즈음 빠져있던 요가선생(네덜란드인
'Ron 카트와닉') 에게 가서 상의를 했다.
요가선생으로부터 카이로프락틱을 전문으로 하는 사람을 소개받았는데(수정함) 그 분은 허름한 곳에서 완전히
손으로만 치료하고 있었다.
30분간 누르고 비틀고를 하더니 하는 말,
"복근과 허리근육은 좋으네요. 그런데 몸이 완전히 틀어져 있었어요. 이제 짧았던 왼쪽 다리도 같아졌네요."라 하더군.
좌우 밸런스가 안맞다는 것은 나도 느끼고 있었는데 심할 줄은...
건강은 평소부터 챙기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