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라 정봉주 국민운동본부' 홈페이지에 비키니 수영복 차림으로 가슴 부위에 '가슴이 터지도록 나와라 정봉주'라는
글을 적은 여성의 사진이 게재되었는데, '정 전 의원은 성욕 감퇴제를 복용하고 있으니 마음 놓고 수영복 사진 보내시기 바란다'
'가슴응원 사진 대박, 코피를 조심하라' 등 나꼼수 출연진의 발언이 이어지며 찬반 논란이 뜨겁다.
‘나꼼수’를 지지했었던 소설가 공지영씨도 불쾌감을 드러냈고, 진중권씨도 사과해야 한다고 자신의 의견을 피력했다.
페미니스트들은 진보인 ‘나꼼수’가 여성을 남성 정치 활동의 사기 진작으로 대상화 한 점에 대하여 유감을 표명하며,
동지적 끈을 놓겠다고 선언했다.
한편 ‘나꼼수’를 지지하는 입장에서는 ‘나꼼수’는 골방에서 자기들끼리 시시덕거리는 형식의 해적 방송이므로
공중파 수준의 도덕성을 요구해서는 안 된다고 한다.
‘나꼼수’가 욕설이 과하고 표현도 선정적인데 그런 방송인 줄 모르고 청취한 것도 아닐 터인데,
유독 비키니 시위에 비난의 화살을 쏟아 붓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것이다.
김어준 총수는 권력관계의 불평등성이 전제되지 않았기 때문에 성희롱이 될 수 없다면서 사과하지 않을 뜻을 분명히 했다.
사실 ‘나꼼수’가 인기를 끈 이유는 중요한 정치적 사안에 대하여 충격적일 만큼 새로운 정보와 분석을
그들 특유의 입담으로 풀어냄으로써 우리들에게 카타르시스와 새로운 각성을 주었기 때문일 것이다.
적어도 내게는 그랬다.
내게는 ‘나꼼수’는 카니발이었고, 카니발의 특성상 그 공간에서는 엄숙한 도덕주의의 잣대를 들이밀 이유는 전혀 없었다.
그냥 같이 낄낄거리면서 공감하고 새롭게 각성(?)하면 그 뿐이었다.
세상의 대다수 남자들이 그러하듯이 나 역시 마초이고 그것을 은밀히 즐기고 있다.
(가사일을 도와주지만 분담하지는 않고, 가끔 여성을 성적 대상화해서 본다)
하지만 남자가 여자보다 우월하고 그래서 차별은 정당하다고 생각하고 있지는 않다.
오히려 여성성이 궁극적으로는 남성성 보다 우월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다시 태어난다면 난 남자를 선택할 것이다.
권력관계 측면에서 여전히 남자는 여자보다 우위에 있고, 그 기득권을 포기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법적으로 제도적으로 남녀 평등을 인정하면서도,
관습적으로 이어져 온 남성 중심적 시스템에 안주하고 싶은 이중심리가 내게 있다.
‘나꼼수’의 멤버들이 여성들이라면 이런 형식의 방송을 상상할 수 있을까?
나의 상상력은 거기까지 허락되지 않는다는 의미에서 나는 마초라는 뜻이다.
다만, 만약 여성들이 ‘나꼼수’ 멤버이고 그들이 지금 같은 방식으로 방송을 한다면,
인정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런데 여성들이 그렇게 해도 재미있을까?)
나는 요즘 아줌마들이 젊은 남자 연예인을 좋아하고 그것을 표현하는 것이 좋다.
남자에게 젊은 여자가 비키니 사진을 보여주는 것과,
여자에게 젊은 남자가 수영복 사진을 보여주는 것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
여자가 하면 유혹이고, 남자가 하면 성희롱인가...
여자 비키니 사진을 보고 남자가 멋지다고 하면 성희롱이 되고,
남자 수영복 사진을 보고 여자가 멋지다고 하면 쿨하게 되는 것인가...
나는 성별에 관계없이 남녀 모두 사진을 보여주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어야 하고,
그것을 멋지다고 하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보여주고 싶은 욕망과 보고 싶은 욕망은 당연한 것 아닌가...
그 순간은 이성적 존재를 대상화해서 볼 수 밖에 없지 않은가...
성적 욕망에 관한 언설은 골방에서 술집에서 친구들과 낄낄거리며 나누지 않는가...
나는 ‘나꼼수’가 팟 캐스트의 형식을 가지고 있기에, 그리고 ‘나꼼수’의 스타일에 즐거워했기에
그런 시각에서 이번 비키니 시위건을 쿨하게 바라본다.
물론 자신의 성에 대한 인식에 따라 혹은 여성 인권에 대한 관점에 따라 혹은 진영 논리에 따라
‘나꼼수’를 비판하는 것은 그들의 자유다.
무엇보다 성적 인식에 따른 차이로 인해 ‘나꼼수’ 가 지향하고 있는 정치 노선을 지지에서 철회로 바꾼다는 것은
분별해서 보아야 할 사안이다.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다.